[記憶]/잡동사니

대(對)서민 간 치킨 인질극- 제발 니들끼리 싸우라고

뤼튼존 2010. 12. 16. 17:20

대(對)서민 간 치킨 인질극 - 이제 제발 니들끼리 싸우라고

이른바 계천절로 불리는 12월 9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매장당 1일 판매량을 약 300마리로 제한한다는 이 값싸고,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하며(900g이 정량이라고 했는데 인터넷에서는 심심치 않게 1.2kg도 넘는 무게를 인증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양까지 많은 이 통닭이 판매된다고 하자, 이마트가 처음에 피자를 내놓았을 때보다 훨씬 더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세간의 광고대로 이마트의 피자가 '그냥 커피'였다면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그야말로 'TOP'였던 것이다. 불과 며칠 만에 판매가 중지되어 지금 글을 나 역시 한 조각 뜯어본 일이 없지만 어쨌든, 큰 파장은 파장이었나 보다.(혹자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국회예산강행을 묻으려는 음모설을 제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이 치킨 대전에서 롯데마트는 영세 치킨집 사장들과, 또한 대기업의 횡포를 좌시하지 않는 용맹한 인터넷 투사들에게 비난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또 그와는 반대로 '통큰치킨'이 보여준 가격이 비록 이윤이 남지 않는 상품으로서는 현실성이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고 할지라도, 그의 3~4배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동네의 프랜차이즈 배달치킨이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한 것인가에 대해 새삼스레 분노한 많은 '치킨을 사랑하는 서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치킨집 사장들은 원가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어려움과 결백함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불합리해 보이는 원가 계산법으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직접 튀겨서 원가를 계산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할 만큼, 이 역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켜 세웠다.

 

치킨 전쟁의 본질은 치졸한 서민 인질극

이 치킨 전쟁이 일어나는 동안 단연 최고의 키워드는 첫째도 '서민', 둘째도 '서민'이었다. 이 정도 가격으로 치킨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서민들이 치킨집의 횡포로 사실 싼 치킨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롯데마트, 親통큰치킨 파), 대기업이 영세한 골목 상권에까지 들어와 영세 상인을 죽이려하는데 서민은 무슨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인가(프랜차이즈 회사, 치킨집 사장, 反 대기업정서가)라는 양쪽의 입장들이 사실 여러 이익관계자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모두 '서민'을 표방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양쪽의 서민타령은 웃기기만 한 것들이다.

롯데마트의 의도는 사실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묻으려고 그랬는지(농담이다), 혹은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통큰치킨'을 '서민들이 싸고 맛있게 먹으라고' 한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 기업윤리적인 마인드로 만들었다면 원가를 지키는 선에서 치킨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것이 옳다. 혹은 애초에 팔지 않는 것이 옳았을 수 있다. 맞다. 도의적으로는 아무리 소비자로서의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생산자로서의 서민을 위협하는 처사로 이것은 개개의 기업의 쉽게 어느 쪽의 가치가 더 옳다고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는 하다.

이제 '영세 치킨집 상인'들의 이야기를 분석해보자. 88개의 롯데마트는 하루 평균 판매량이 적은 점포 기준 하루 닭 30마리를 기준으로 약 880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셈이 되는데, 이는 소규모 치킨 프랜차이즈를 모두 합한 2만여 점포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다. 또한 등록이 되어있을 리 없는 길거리의 전기구이 트럭차(이들은 보통 세 마리에 10,000~12,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까지 친다면 더욱 비율이 떨어진다. 또한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부어치킨이나 썬더치킨 등 굳이 줄을 서지 않더라도 무나 소스, 콜라 한 캔을 곁들여도 9000원이면 먹을 수 있는 치킨 체인점도 있을뿐더러, 한참 전에 없어졌지만 제기시장의 '바니 치킨'이라던가 하는 시장 치킨 집은 경동시장에도 있고 웬만한 재래시장에는 다 있는데, 이 가격이 또한 닭 크기가 한참 큰데도 7,000~10,000원에 형성되어 있다. 또한 이미 대형마트에서는 닭 크기가 조금 작고 퀄리티가 약간 떨어지는 치킨을 6,000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는 밤 9~10시가 되면 세일 행사를 통해 4,000원까지 떨어진다.(성수동 이마트 본점 기준) 술 한 잔 먹고 혀가 마비될 때쯤을 대비한 치맥 2~3차로서는 손색이 없는데도 말이다.(물론 개인적 기준이다) 이렇게 다양한 치킨집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롯데마트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치킨집의 스펙트럼도 차이가 있는데도, 치킨집 영세 상인들은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이번 치킨 대전의 최전방 전선은 BBQ를 위시한 치킨 업계의 '대형 프랜차이즈'들 앞에 형성되어 있다.

다들 아는 사항이겠지만 굳이 글의 논리적 전개를 위해 써보는 제너시스, BHC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의 치킨 가격은 약 16,000원 선(프라이드 기준)이다. 페리카나 등 예전에는 나름 끗발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옛 영광을 기리는 중소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은 12000~14,000원 선이고 두 마리나 혹은 피자 한판을 끼워 세트로 12,000~15,000원을 받는 저가형 프랜차이즈도 있다. 앞서 언급된 1만 원 이하의 프랜차이즈도 있다. 프랜차이즈라고 다 같은 프랜차이즈가 있고 모든 치킨집이 가격으로 비난 받는 것은 아니다. 올리브 유로 봉황을 튀겨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제너시스는 대학을 세웠다.(비록 대학의 이름을 내건 업주 등의 교육기관이기는 하나) 닭이나 원자재의 가격이 올라가면 어김없이 올라가는 치킨 값은 원자재의 가격이 내린다고 단 한 차례도 돌아온 적이 없다.(요식업계의 대표적인 폐단이지만 이 글의 타겟은 치킨집이니 치킨집만 문제 삼기로 하자)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내면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던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은 '서민'의 지위에 있는 점장들을 내세운다. 그들은 명예 퇴직 등 일자리를 잃어 고심하던 중 치킨 집에서 빛을 찾은 사람들이다. 싸고 양 많은 치킨을 먹고 싶은 서민들에게 우리도 서민인데 같이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대기업의 횡포에 우리가 놀아나서는 되겠느냐고 눈물로 호소한다.

 

어떻게 이마트 피자는 대충 넘어갔을까?

이마트 피자는 피자 업계 전체와 싸움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피자 프랜차이즈는 피자 헛, 미스터 피자, 도미노 피자 등 외국에서 들여온 대형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다.(미스터피자는 최근 한국 기업이 되었지만 시작은 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프랜차이즈들은 우리가 느꼈던 것처럼(느꼈던 것이라는 말을 쓴 것은 아직 피자 원가에 대한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매우 폭리를 취했다. 시기상으로 보자면 그 대안으로서 다양한 소규모 피자 프랜차이즈가 만들어졌다. 물론 그 크기가 매우 작아 밥 좀 먹는다는 사람이라면 한 판 비우고도 뭔가 아쉬울 5,000원짜리 시장 피자부터 우리 동네에는 이미 이마트 피자와 비슷하거나 더 크기에 배달도 되고 피클도 따로 사지 않아도 되며 가격은 15,900원인 영구스 피자도 있다. 전단에는 1만 원 대에 두 판이나 배달해주는 피자들이 넘친다. 소규모 프랜차이즈가 먼저 형성되고 후에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등장한 치킨 업계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피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와 높은 가격으로 재미를 보고 있었고, 또한 위에 언급한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의 경우(매장이 없는 도미노 제외) 개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은퇴한 서민들이 감히 꿈을 꿀 수 없는 업종이었다. 결코 이마트 피자가 위협하는 것은 시내로 나가 나름 피자로 외식의 기분을 내려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니었다. (도미노 피자는 나름 배달 업계에서 다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고 본다) 이마트 피자는 다만 크기와 맛, 품질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동네의 10,000~15,000원 사이의 피자들과 경쟁되는 상품이었다. 그들의 괴로움을 며칠 간 간간히 언론에서 비춰주었지만 이번 통큰치킨 사건처럼 크게 회자되지 못한 것은 피자 업주들의 괴로움이 지금 치킨집 업주들의 괴로움에 비견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피자로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대상이 다만 힘과 돈이 없었을 뿐이다.

나는 이것이 이번 통큰치킨 사건이 이렇게 크게 부각된 본질이라고 본다.

 

왜 우리끼리 싸워야 하는데?

나는 가끔 소비자 상담 센터에 전화를 건다. 언제나 책임을 질 수 없는 사람들이, 그리고 나와 비슷하게 돈 없고 힘든 사람들이 전화를 받는다. 그들은 그들의 상관과 기업이 내려준 매뉴얼에 따라 충분히 고객의 입장을 막아서는 기업의 방파제이다. 그들과 통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많다.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다. 그 사람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그 사람들에게 짜증을 낼 수밖에 없다. 수차례의 통화와 고성 끝에, 혹은 직접 방문으로 책임자와 연결이 되면 그 책임자는 너무도 쿨하고 젠틀한 목소리로 쉽사리 핸드폰 기계를 바꿔주기도 하고, 잘못 발행된 쿠폰을 바꿔주기도 하며 죄송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쉬운 일이 상담원과는 너무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은 그 항상 상냥한 말투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담원들이다. 책임자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같은 의미로, 이 글에서 이번 치킨 전쟁을 '대(對)서민 간 인질극'으로 규정한 것은 나름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니 흐뭇하고 서글프다.(틀려도 좋으련만!) 롯데마트는 자기들의 마케팅을 '서민을 위한 적절한 가격의 치킨 제공'이라는 뻔뻔한 말로 포장하면서, 하루의 300마리의 판매 역시 마케팅 비용의 계산이 아닌 '기존 치킨 업계, 동네 치킨 업주들과의 공생을 위한 나름대로의 동업자 정신'라는 식으로 포장했다. 치킨 원가 등 삽질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미 그들 때문에 자리를 빼앗긴 중소 프랜차이즈들의 지난 눈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서민' 점주를 내세워 한 마리 당 기업이익과 마케팅비용 1,500원 가량(마케팅을 기획하거나 관련 부서에 있는 사람들의 임금도 마케팅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것은 회사의 순이익에는 들어가지 않더라도 수익으로는 칠 수 있는 부분이다)을 남겨 드시고 있으며, 유통과정에서 재료비의 마진을 남길 것으로 추정된다.(젓가락이 100원이라니까) 은퇴 후에 닭이라도 튀겨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사람들, 물론 눈물겹다. 그걸 알면서 같이 눈물 흘릴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면 거창한 대학이라는 이름의 교육기관 세우고 달력 뿌릴 돈으로 지들 마진율을 낮출 일이다. 아, 좀 더 영세한 프랜차이즈나 개인 치킨집이 잘 될 수 있도록 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이 걱정하는 서민은 그들의 프랜차이즈에 가입된 '점주'에 국한된다)

어쨌든 상황은 더럽다. 동네 치킨집 아저씨는 어쨌든 우리의 이웃이다. 그 아저씨의 한숨을 보면서까지 그 면전에 치킨 유통구조와 원가 구조의 비합리성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할 자신은 내게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에는 기업 간의 싸움을 서민들 사이의 '시장논리'와 '공생논리'의 대결로 포장하는 미디어와 그것을 맹신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버겁다. 내가 1시간 넘어 글을 쓰는 것보다 한 3초 읊조렸을 MB각하의 "치킨 값 내가 생각해도 비싸..."가 더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에 힘이 빠진다. 그 말이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치킨 업계의 담합이 드러나 철퇴를 맞더라도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생각보다 건재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그 철퇴는 고스란히 '서민 점주'들이 맞는다. 언론은 또 대기업과 서민, 혹은 서민의 소비자로서의 권리와 서민의 생산자로서의 권리의 대결구도로 지루한 싸움을 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센터에 몇 번이고 전화를 하며 지치는 것처럼 우리는 뒷짐 진 채 굿이나 보고 있는 그들을 이 판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아 쓰다 보니 지겹다. 니들끼리 싸워서 니들끼리 해결 좀 봐라. 애꿎은 우리 좀 울리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