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 한창 화제이다.
파울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독일의 승패를 모두 맞춰서(심지어는 준결승의 패배까지)
일약 스타가 되었다. 준결승에서 독일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간 스페인의 총리는 우스갯소리로
파울의 신변보호를 위해 안전요원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한마디로 이 문어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다.
그러한 파울이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다.
파울의 예측은 양 팀의 국기가 그려진 플라스틱 통의 어느 쪽 홍합을 꺼내서 먹느냐로 결정된다고 한다.
이미 그 영상은 인터넷 등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의 결과가 정확했다는 이유로
이 문어를 영험한 생물로 생각하는 것에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
문어는 문어일 뿐이기에, 예측을 했다기 보단 어떤 본능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에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문어의 보호색의 메커니즘과 문어의 감각인식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다른 논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그래서 결국 2004년 네이처지를 도서관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문어에게는 두 쌍의 눈이 있다.
그 두 쌍의 눈은 생각보다 정교하여 시력이 사람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좋다고 한다.
문어의 몸 표면에는 멜로노사이트 색소 세포가 있는데 그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이 색소 세포는 조그만 구슬 모양처럼 되면 밝은 색이 되며 그게 가지 모양으로 넓어지면
어두운 색으로 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호색으로 변화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시력이 좋은 눈으로 주위를 재빨리 파악하면서 몸 표면에서도 색을 감지하는
신경이 있어 몸 전체가 주변에 매우 정교하게 적응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점은
1. 문어는 온몸으로 색깔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과
2. 문어의 색깔 인식 능력이 대단하다는 점이다.
자연계에서 일반적으로 채도가 매우 높은 인공적인 색을 접할 일은 별로 없다.
그것은 파울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흑백의 세계를 보지 않는, 가시광선을 제 색깔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동물들에게 일관되게 나타는 경향은 바로 빨간색의 인식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동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그 다음에 노란색의 인식도가 높다.
자, 위에 사진으로 첨부한 월드컵 D조의 국기를 봐라.
각 국기에는 다양한 색깔이 있다. 빨간색과 노란색을 기준으로 보자.
빨간색이 가장 많은 순서는 세르비아-독일-가나-호주이다.
독일과 가나는 빨간 색이 같지만 미묘하게 노란 색이 독일이 많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16강전의 잉글랜드와의 경기, 8강전에서의 아르헨전에서도 파울은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그리고 스페인과의 4강전에서는 스페인의 승리를 점쳤다.
그리고 다시 3-4위 전에서 우르과이 대신 독일의 승리를 점쳤다.
잘 봐라. 파울은 빨강-노랑이 더 많이 들어간 국기를 무조건 선택했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관계를 우리나라에서의 금메달과 은메달의 관계와 같은 것으로
노란색이 아무리 많아도 빨간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처지의 논문은 언급했다)
아마 중국이 본선에 올라왔다면 파울은 중국의 우승을 점쳤을 것이다.
같은 원리로, 한일전에서 파울의 선택은 항상 일본의 승리일 것이다.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것에 많이 기대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다.
문어의 일거족일투족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관심을 받는 것은
그러한 작금의 사람들의 경향을 봤을 때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것의 이면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이 조금 반성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괜시리 문어와 동급으로 취급된, 혹은 더 못한 존재로 취급된 우리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형제
펠레옹이 더욱 안타까워 보인다.
p.s 1 점쟁이 문어 파울은 스페인-독일 간의 2008 유로결승전에서 독일의 우승을 점쳤다고 한다.
p.s 2 p.s 1이 무슨 의미냐 하면, 2004년 네이처지에 문어에 관련된 논문이 실려 있을 확률는
중국의 월드컵 우승 확률만큼 희박하다는 뜻이다.
p.s 3 그래도 이해가 안 되는 바로 당신께, 진심으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웃자고 쓴 글입니다...죄송합니다...ㅠ.ㅠ
나만 낚일 수 없다면!!!!! 역시 view on!!!!!!